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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와 농어촌복지
[ 2010-07-28 11:16: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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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조회수: 3848        
초고령사회에서 농어촌복지의 구상

                                                                                  이용교
                                                                   (광주대학교 교수)

Ⅰ. 서론

 한국 농촌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농촌복지를 설계할 것인가? 한국사회는 전체 인구 중 노인인구의 비율이 2000년에 7%를 넘어선 고령화사회가 되었고, 인구추계에 의하면 2019년에는 14.4%로 고령사회, 2026년에는 20.0%로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다(통계청, 2001).
 이 통계는 전국적인 수치이고 농촌지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다. 2009년 현재 한국의 고령화율은 10.7%에 비하면 농촌의 고령화는 약 2배 농어가의 고령화는 약 3배가 진행되었다(전남매일신문, 2010년 3월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농업 및 어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농가 인구의 고령화율은 34.2%로 2008년(33.3%)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이 가운데 전남지역 고령화 비율은 39.3%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경북(38.5%), 경남(36.7%), 충남(35.3%), 전북(34.3%), 충북(33.8%), 강원(33.1%), 인천(32.4%) 등의 순이었다. 어촌 인구 고령화율 역시 24.8%로 전년보다 2.1%포인트 상승했다. 전국 어가 수 6만9천379가구 중 전남 어가 수가 2만2천181가구로 전체의 32.0%이다.
 군지역에서도 읍을 제외한 면단위는 이미 ‘슈퍼 초고령사회’라고 불릴 만큼 노인인구의 비율이 높다. 전남 보성군의 경우 2007년 통계에 따르면,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27.8%이고, 읍․면 간에 큰 차이가 있다. 즉 보성읍의 노인인구는 전체의 18.0%이고, 벌교읍은 24.7%로 군전체의 평균보다 낮지만, 노동면은 43.5%, 율어면은 38.0%로 평균치보다 훨씬 높다(보성군 홈페이지 http://www.boseong.go.kr).
 한국의 농촌은 초고령사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정책은 농촌의 생활양식과 농촌문제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보험은 보험료의 산정기준에서 임금노동자와 자영인간에 차이가 있지만, 보건의료시설, 사회복지시설 등 복지자원이 별로 없는 농촌의 특수성이 크게 고려되지 않는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복지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복지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농어촌지역의 경우 낭비요인도 있다. 예컨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자활을 위하여 자활센터를 설치하고 있다. 복지대상자가 밀집한 대도시에서는 시․구 단위에 1~2개소의 자활센터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농어촌은 지역이 넓고 대중교통수단이 발달되지 않아서 자활센터가 전체 지역을 관할하기가 어렵다.
 농촌지역에 복지자원이 없는 것이 문제이지만 있는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되는 것도 큰 문제이다. 면단위 인구는 불과 2~3천여 명에 불과한데도 인구 2만여 명인 대도시의 동사무소보다 많은 공무원들이 면사무소에서 일한다. 공공의료기관의 수는 넘쳐나지만, 주말에 아픈 주민은 간단한 치료조차 받을 곳이 없다(이용교, 2004: 198).
 정부는 2004년에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농림어업인등의 복지증진, 농산어촌의 교육여건 개선 및 농산어촌의 종합적․체계적인 개발의 촉진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농림어업인 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농어촌주민의 보건복지 증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농어촌주민의 보건복지증진을 위한 시책을 강화하고 이에 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확히 하며 농어촌에 보건의료 및 사회복지시설을 확충함으로써 농어촌주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려고 한다.
 그러나, 대학교에서 사회복지교육은 도시빈민이나 도시민의 복지욕구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농어촌 주민의 특수성이 교육과정에 거의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농촌복지’라는 개념조차 희미하다. 그 동안 농촌지역의 특성에 맞은 복지이론과 실천방법이 거의 연구되지 않았고, 농촌지역의 욕구를 충족시킬만한 복지시설․기관․단체도 거의 없었다. 농촌지역에도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있고, 사회복지관이나 자활센터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농촌의 특수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이나 실천기법은 체계적으로 연구되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초고령사회에서 농촌과 농민이 직면한 사회문제는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농촌복지를 어떻게 체계화 할 것인지에 대한 시론이다. 선행연구가 별로 없기에 한국복지교육원이 2004년에 개최한 ‘농촌복지아카데미’에서 발표된 학자와 현장 실천가의 논문을 많이 활용하였다. 이 연구는 농촌복지의 체계화를 위한 시론이기에 이후 더 많은 학자들과 현장 실천가들의 논의로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Ⅱ. 농촌복지의 개념과 필요성

 1. 농촌복지의 개념

 농촌복지란 무엇인가? 아직 사회복지사전에도 없는 용어이기에 새롭게 규정해야 할 것이다. 농촌복지는 농촌과 복지의 합성어이기에 농촌과 복지라는 낱말을 각기 규정하고, 농촌복지를 개념 규정할 수 있다.
 농촌(農村)의 사전적 의미는 “농업으로 생업을 삼는 주민이 대부분인 마을”이고, 도시, 도회지와 반대되는 낱말이다. 행정적으로는 지역을 시부(市部)와 군부(郡部)로 나누어서 군부를 농촌으로 통칭하는데, 대체로 군지역 내에서도 군청이 있는 읍보다는 면지역이 전형적인 농촌이다. 농촌에 대한 영문 표기는 farm village, rural community, agricultural district 등이다. 이를 해석하면 농촌은 농장이 있는 마을, 농촌공동체, 농업지역 등이다.
 한편 복지(福祉)를 의미하는 영어의 welfare는 ‘지내다’, ‘살아가다’는 의미의 fare에 ‘만족스러운’ 혹은 ‘적절한’이란 의미의 well이 합쳐져서 “만족스럽게 지내는 상태”를 의미한다. 흔히 복지는 ‘사회복지’라는 낱말과 혼용되는데, 한국보다 먼저 사회복지를 체계화시킨 미국의 학자 프리드랜더와 앱트는 “사회복지는 국민의 복지에 기본적인 것으로 인정된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그리고 사회질서의 회복을 위하여 제반 급부를 확보하거나 강화시키는 법률, 프로그램 및 서비스 체계이다”라고 했다(이용교, 2005: 17 재인용).
 따라서, 농촌복지는 농촌을 주된 근거로 실시하는 복지 혹은 사회복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복지를 좁은 의미로 보느냐 혹은 넓은 의미로 보느냐에 따라서 농촌복지의 개념도 달라질 수 있다.
 배충진은 ‘농촌문제와 농촌복지’란 글에서 농촌복지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배충진, 2004: 12). 좁은 의미에서 농촌복지는 가족이나 시장체계로부터 탈락된 농촌지역주민들에게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 치료 예방의 정책이나 방법을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으며, 여기에는 생활상의 어려움이나 빈곤을 경감시키거나 사회적 기능을 회복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사회, 공공기관 또는 자발적 단체의 비영리적 활동을 포함한다.
 넓은 의미에서 농촌복지는 일반적으로 인지된 농촌문제를 예방하거나 경감시키거나 문제해결에 기여하고자 하거나 또는 개인 집단 지역사회 차원의 복리를 개선하려는 민간기관과 정부기관의 광범위한 조직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농촌복지는 “농업을 주요한 생산활동으로 하는 지역사회의 주민을 대상으로 하여 농촌문제의 해결과 예방, 인간의 사회적 기능수행의 원활화, 생활의 질적 향상 등에 직접적으로 관심을 갖는 복지서비스나 과정을 포함하여 농어민 개인이나 가족을 위한 제도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사회제도의 강화나 수정 및 변화를 위한 공동체적 노력”이라고 정의하였다
 필자도 그의 정의에 동의하면서 농촌복지의 필요성을 살펴보고, 농촌복지를 체계화 하고자 한다. 다만, 농촌복지는 농어민을 위한 복지를 포함하면서 농어촌주민을 위한 복지라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현재 농촌에는 농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점차 줄어들고, 상공업에 종사하거나 노령 등으로 직업활동 자체가 불가능한 사람이 적지 않기에 농어민복지에 한정시키면 농촌복지의 범위가 좁아지고, 현실적으로 대안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2. 농촌복지의 필요성

 농촌복지의 필요성은 농촌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 농촌은 주민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를 안고 있다. 농촌복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자와 농촌복지 실천가의 의견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해남농촌복지연구회를 이끌어 가는 평화자원봉사학교 배충진 원장은 농촌문제는 근본적으로는 도농간의 소득과 생활수준, 교육여건의 큰 격차로 인해서 농어촌 인구가 취업과 교육의 기회를 찾아 도시로 이동하는 것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청장년층의 이촌향도로 인한 농촌인구의 과소, 출생아동수의 감소로 인한 인구구성의 노령화, 가족해체를 야기하고 있다.
 그는 이농의 원인은 부재지주의 급증, 저농축산물 가격, 대량 수입 정책, 과다한 농업경영비, 농산물 유통구조 모순, 부채의 증가, 농업정책의 문제점 등 농촌의 압출요인과 도농간 격차(소득 소비수준), 교육,  의료, 문화, 위락, 취업 등에서 차이가 존재한다는 도시의 흡입요인이 있는데, 도시의 취업기회의 확대로 인한 이농보다는 농촌의 열악하고 불리한 생활조건에서 탈피하려는 측면이 이농요인으로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농촌문제는 크게 인구구성의 문제, 소득의 문제, 생활환경(문화, 복지, 교육 등)의 문제로 정리했다(배충진, 2004: 14).
 거창군가정봉사원파견센터를 운영하는 유수상 목사는 ‘지금 농촌의 상황’을 노인문제, 장애인문제, 아동문제로 요약하고, 농촌은 자원봉사 인력도 한계가 있고, 젊은 사람조차도 농업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고 생활을 영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농촌은 노인촌이다. 2003년 3월 현재 거창군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인구 67,224명 대비 11,514명으로 군 인구의 17.1%를 차지해 이미 고령사회이며, 빠른 시일 내에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다. 그가 사는 가북면은 34.0%로 거창에서도 가장 노인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한편 독거노인은 전체 노인의 21.4%를 차지하고 수급권자가 30%이다. 또 노인부양비는 26%로 전국 평균 11%, 경남 평균 13%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것은 노인 부양부담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유수상, 2004: 48-49).
 이처럼 농촌문제가 심각한 것은 한국사회의 산업구조가 농업에서 상공업으로 바뀌고, 공산품의 수출을 위하여 농산물을 개방하는 국가의 정책과 매우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상공업을 살리기 위하여 농업을 희생시켰고, 도시민을 살리기 위하여 농어민을 제물로 삼은 것이다.
 진안자활후견기관을 운영하는 김완술 관장은 우리 사회는 산업화 이후 도시지역과 농촌지역간의 경제수준과 삶의 질의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향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도하개발계획(DDA) 협상과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진전으로 시장개방 폭이 확대됨으로써 값싼 해외농산물의 수입 공세에 농산물 수요가 위축되고, 결국 소득의 위축 속에서 농가의 부채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동시에 농촌인구의 고령화, 교육 의료 복지체계의 미흡 등 농촌주민의 복지수준이 갈수록 낙후되어감에 따라 이농현상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가의 농업소득이 계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역산업도 취약하여 농외소득의 기회는 부족하며 농산물 가공이나 유통은 기업과 상인들이 독점하고 있어 농가소득을 유지해나갈 방법이 없게 되었다. 젊고 유능한 농촌 젊은이들은 계속 도시로 떠나고 영농에 뜻을 가진 젊은이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이다(김완술, 2004: 22).
 결국 농가가 핵가족화 되고 농가의 경영주가 노령화될 경우, 농가 가구원수는 계속 감소하며 농가의 농업노동력과 경영능력이 모두 쇠퇴하게 된다. 농촌주민에게 자녀가 있지만 성장한 자녀가 더 이상 농업을 계승하지 않기에 농촌의 재생산구조는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이다. 이러한 위기로 말미암아 전통사회에서는 가족 내에서 어린 자녀의 양육, 나이든 어르신의 봉양, 그리고 장애인과 환자를 보호했던 부양시스템이 균열된 것이다. 나이든 부모는 농촌에 살고 젊은 부부는 도시에서 맞벌이를 하면서 1990년대 이후 도시에서 영유아보육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듯이 이제 농촌에서 노인보호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농촌지역에서 가장 복지욕구가 강한 노인들의 생활상태를 살펴보면, 농촌복지의 필요성을 더욱 실감나게 알 수 있다. 효경재가복지센터를 운영하는 김양희 원장은 2003년에 대구광역시 달성군 3개 면에 사는 65세 이상 농촌재가노인 200명을 대상으로 ‘재가복지서비스 인지도와 이용 의향’을 조사한 바 있다(김양희, 2004: 88-96).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농촌재가노인 중에서 여성이 76.5%를 차지하고 남성은 23.5%로 여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연령은 노인중에서도 비교적 젊은 70세미만은 27.5%에 불과하고, 70-80세가 52.0%, 80세 이상이 20.5%로 나타났다. 학력은 무학이 83.5%를 차지하고, 결혼 상태는 사별이 59.5%로 유배우자 40.5%보다 19.0% 포인트 많았으며, 월평균 소득은 30만원 미만이 65.5%, 60만원 미만은 85.5%로 대부분이 빈곤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노인의 90.0%가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37.5%는 두 가지 이상의 중복 질환에 시달리고 있었다. 7가지 일상생활 수행능력(ADL)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 노인이 91.5%이었고, 7가지 모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은 3.5%이고, 나머지는 주로 목욕하기, 옷갈아입기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조사대상인 노인들이 가정봉사원 파견서비스에 대한 인지율은 27.0%로 상당히 높았지만, 실제 이용한 경험은 1.0%에 불과했다. 향후 이를 이용하겠다는 사람이 전체의 94.5%이고 유료라도 이용하겠다는 사람이 18.5%이었다는 점을 볼 때 복지에 대한 잠재적 욕구가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농촌복지의 필요성은 노인복지에 대한 욕구가 가장 강하지만, 장애인복지, 아동복지, 가족복지 등에 대한 욕구도 심각한 수준이다(유수상, 2004: 49). 농촌 장애인은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등록만 있을 뿐 이들을 위한 재활과 자활을 위한 시설이나 프로그램은 거의 전무하다. 거창군의 경우 전체 등록장애인의 58.8%가 초등학교 미만의 학력을 가졌는데 이는 전국 평균치인 23.2%보다 2배 이상이 많은 비율이다.
 농촌에는 아동이 별로 없지만 있는 아동의 상당수는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거창군 가북면의 경우 초등학교 전교생이 35명인데, 그중 절반정도가 할머니나 할아버지 집에 위탁된 아동이다. 그중 일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되어 정부로부터 생계급여와 교육급여를 받고 있지만 경제적 지원에 불과하고, 학습지도나 기본적인 생활습관 지도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여 방임되어 있다. 부모가 있는 경우에도 5세미만 아동이 다닐만한 어린이집이 없기에 부모가 일하는 집이나 논밭에 방임되어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이처럼 농촌의 주민은 빈곤, 질병, 무지에 시달리고, 빈약한 공적 의료서비스, 열악한 교육환경, 문화활동의 부재 등에 처해있지만 적절한 복지정책과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있는 복지자원조차 주로 군청소재지에 있어서 면지역에 사는 주민은 거의 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복지제공 기관간에 유기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 다양한 욕구를 가진 주민은 통합적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Ⅲ. 농촌복지의 체계 모색


 1. 농촌복지의 체계에 대한 선행연구

 농촌복지라는 낱말 자체가 생소하기에 농촌복지를 어떻게 체계화할 것인가는 향후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농촌복지에 대한 선행연구를 찾기 위하여 2005년 3월 21일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서명검색으로 ‘농촌복지’를 검색한 결과 한 권의 단행본도 검색되지 않았다. 필자가 2010년 3월 10일에 ‘농촌복지’로 검색한 결과 ‘고령화심화 농촌지역 노인의 생활기능 자립을 위한 보건복지지원체계 구축’(선우덕, 2008)이 한 권 추가되었다. 5년이 흘렀지만 ‘농촌복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진전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http://www.aladdin.co.kr).
 2005년에 같은 사이트에서 ‘농촌’으로 검색한 결과 총 147권의 책이 검색되었다. 그중 농촌복지와 관련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책은 36권이었고, ‘복지’라는 낱말이 담긴 책은 박대식 등이 쓴 「농촌 복지지표의 개발에 관한 연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1997)와 정지웅 등이 쓴 「농촌사회복지론」(서울대학교 출판부, 1992) 등 단 2권에 불과했다. 2010년에 같은 방식으로 검색된 책은 236권이었지만, ‘복지’라는 낱말을 담고 있는 책은 선우덕이 쓴 위의 책과 정지웅이 쓴 「복지농촌건설과 지역사회개발: 한국선명회 평창복지회 사례」(교육과학사, 1990) 등 4권에 불과했다.
 농촌복지와 약간이라도 관련될 것으로 보이는 책은 대부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연구보고서이거나, ‘농촌지도사’를 위한 수험서이고, 지은이의 학문적 배경도 경제학, 사회학 등으로 사회복지학자가 저술한 책은 한 권밖에 발견되지 않았다.
 필자는 2004년에 농촌복지에 관심 있는 사회복지학자와 농촌복지현장을 개척하는 사회복지실천가들과 함께 8주과정의 농촌복지아카데미를 개최한 바 있다. 이때 다룬 내용을 정리하여 「농촌복지론」(광주대학교 출판부)을 출간하였다.
 이 책은 「농촌복지론」을 체계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농촌복지에 관심 있는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학도를 가르치기 위한 것으로 농촌이 직면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농촌복지의 현장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이 책은 농촌문제와 농촌복지, 소농의 몰락과 농촌의 빈곤문제, 농촌의 초고령사회 도래와 복지실천, 농촌지역사회복지의 통합적 접근에 따른 실천사례와 발전방안, 농촌노인의 재가복지서비스의 인지도와 이용의향, 농촌 아동복지를 위한 공부방 운영, 농촌지역 복지환경과 전문인력 양성의 한계, 농촌복지 정책과 지방자치단체의 복지비전, 초고령사회에 맞는 복지보성 만들기, 사회사업의 새로운 지평 “농촌사회사업” 등 10편으로 구성되었다.
 이 책은 농촌복지를 이론적으로 체계화 한 것은 아니지만, 농촌복지의 필요성을 농촌문제에서 찾고, 농촌문제는 소농의 몰락과 빈곤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이 책은 농촌주민들이 직면한 노인문제, 아동문제, 여성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현재 농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공공부조, 재가노인복지사업, 공부방(지역아동센터) 등을 살펴보며, 농촌복지를 위한 전문인력양성을 다루었다.

 농촌복지의 체계화를 모색하는 것은 농촌복지를 보는 관점을 반영한다. 흔히 농촌복지를 농촌이란 지역사회를 다루는 지역사회복지의 일부분으로 접근하면, 굳이 농촌복지를 체계화할 필요가 없다. 지역사회복지론에서 발전된 이론과 기술을 농촌이란 지역사회에 적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존 지역사회복지론은 주로 도시빈민지역의 문제를 다루면서 이론화되었고, 현재 도시빈민지역이 직면한 문제와 농촌이 직면한 문제는 매우 다르기 때문에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도시 빈민은 대체로 노동능력이 상실되었거나 노동능력이 있더라도 비공식부문에 취업하며, 공식부문에 취업하더라도 저임금을 받기 때문에 가난하지만, 농촌은 거의 모든 주민이 가난해지고 있다. 노동능력이 있고 열심히 농사를 짓지만, 농산물이 개방되는 상황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농민은 대부분 가난해지고, 생활의 터전으로 매력을 잃은 농촌은 떠나지 못한 농민의 거주지이고 도시에서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의 피난처로 전락되었다.
 농촌에서 농업을 주된 산업으로 하는 농촌주민의 생활양식이 도시에서 상공업에 종사하는 임금노동자와 자영인의 그것이 다르다면, 농촌주민의 욕구와 문제에 맞는 농촌복지를 설계해야 한다. 선행연구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농촌복지를 설계하는 일은 고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배충진은 농촌복지의 목적을 공생공간화와 삶의 질 향상에 두고, 농촌복지의 핵심요소를 농업, 농민, 농촌을 세 축으로 삼고, 세 축 사이에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 공공기관과 복지시설 등을 배치하여 농촌복지의 개념도를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개념도는 이론적, 학문적으로 실증되어진 틀이 아니고 농촌복지를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한 요소(농업, 농민, 농촌)와 실천의 주요 주체에 있어서 지향점이나 열쇠어를 정리한 것이라고 말하지만(배충진, 2004: 12), 이 개념도는 상당히 잘 정리되어 있는 듯하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농촌복지를 구현할 주체와 인력, 농촌복지의 주된 대상과 사업, 재원 등을 새롭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림1>농촌복지 개념도

 2. 농촌복지의 주체와 인력

 농촌복지의 주체와 인력은 누구인가? 다른 사회복지의 주체도 그렇듯이 농촌복지의 핵심적인 주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이다. 한 나라 농촌복지의 모형과 수준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농촌복지에 얼마나 관심을 갖느냐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 동안 한국 정부는 농촌을 주로 경제적 관점에서 보고, 복지적 관점을 소홀히 하였다. 국가는 추곡수매, 농산물 수입개방, 농어촌개발, 복합영농, 직접지불제 등 농촌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였는데, 대부분 농촌지역사회의 개발과 농산물의 가격보전 등에 역점을 두며, 농촌주민의 복지에 대해서 체계적인 접근이 거의 없었다.
 2004년에야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과 ‘농어촌주민의 보건복지증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시행기간이 아직 짧기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후자는 농어촌의 보건복지수준에 관한 5년마다 실태조사와 이에 근거한 ‘농어촌보건복지기본계획의 수립’을 규정하고 있지만, 계획을 실현할 구체적인 재원이 별로 없고 고작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권자 선정기준의 특례’ 등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복지정책의 대상자를 확대하거나 ‘사회복지시설의 우선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농촌복지가 또 하나의 복지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농촌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읍․면의 전 지역을 포함한 농어촌에 대한 행정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현행 행정기구는 일제하에서 주민을 통제하기 위해 형성되었고, 광복후 산업화 도시화되면서 농촌지역에서 쌀을 증산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세계무역기구와 도하개발계획의 상황에서 농촌정책은 더 이상 주민의 통제도, 쌀의 증산도 아니다. 농촌인구의 감소와 노령화, 여성화 속에서 농촌이 지속가능한 생활공간으로 보전되고, 노인들이 여생을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도록 혁신되어야 한다. 한 면에 인구가 8천명이었던 시절의 면사무소, 지서, 보건지소  등이 인구 2천명인 오늘날 한결같이 1층 건물에서 2층 건물로 바뀐 것은 발전이 아니다. 연간 새로 태어나는 아동이 10명도 되지 않는 곳이라면 주민등록, 호적 등 민원업무를 과감히 축소시키고, 쌀 감산정책에 맞게 읍․면사무소와 군청의 행정인력 그리고 농촌지도소와 같은 농업관련 기관을 축소시키고 보건복지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기존의 보건복지인력도 농민의 생활양식과 욕구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 전남 보성군의 경우에 보건소 1개소, 보건지소 9개소, 보건진료소 15개 등 모두 25개소의 공공의료기관이 있지만, 주말에 진료를 하지 않는 공공보건의료체계를 혁신해서 1개 보건소와 2-3개의 보건지소로 통폐합하여 집중화시키고, 주말과 평일 야간에도 진료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사회복지시설을 농촌지역에 증설하고, 사회복지법인 등이 책임성을 갖고 운영하도록 지도감독을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농촌은 복지대상자의 수가 적고 흩어져 있기에 시설보호보다는 재가보호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노인복지시설을 건립한다면 한 개소에 수십억원을 하는 노인요양시설을 건립하기보다는 우선 재가노인시설에서 가정봉사원 파견사업과 주간․야간보호사업을 하고 점차 단기보호사업을 실시하면서 꼭 필요할 경우 노인요양시설을 건립해야 한다.
 또한, 단종 시설을 건립하기 것보다 복합시설을 건립하여 노인, 장애인, 아동 등 다양한 복지대상자가 주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노인요양시설을 중심으로 건립하면서도 장애인도 이용 가능하게 하고, 지역 노인들이 여가복지시설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한다. 이렇게 해야 사회복지시설이 지역주민을 위한 시설로 거듭날 수 있다.
 농촌주민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사회복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에 기존 소규모 신고시설을 활성화시키고, 자원봉사자의 활용과 후원자의 개발에 능력을 갖춘 종교기관이 사회복지를 실천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농촌복지의 주체들이 상호 협력해야 하고, 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이 자긍심을 갖고 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농촌에서 일하는 복지인력이 자녀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떠나는 농촌이 아닌 찾아오는 농촌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3. 농촌복지의 대상과 사업

 농촌복지의 대상은 누구이고 핵심 사업은 무엇인가? 한국의 사회복지는 크게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복지서비스로 구성되어 있다. 사회보험은 노동능력이 있는 국민이 사회보험료를 낼 때 약속된 급여를 받는 것이고, 공공부조는 소득과 재산이 낮고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는 가난한 국민이 무료로 급여를 받는 것이며, 사회복지서비스는 주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 노인, 장애인 등의 생존과 자립을 위해서 필요한 서비스이다.
 그런데, 사회보험은 주로 임금노동자를 위주로 개발되어서 농촌주민에게는 급여가 되지 않는 것이 많다. 임금노동자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고용보험 등 5대 사회보험을 모두 적용 받지만, 농촌주민은 주로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만 적용 받고, 국민연금은 주로 부부중 한 사람(세대주)만 적용 받고 있다.
 공공부조는 도시보다 가난한 사람이 많기에 생계급여 등을 받는 사람의 수는 많지만, 논밭이 있는 주민은 공공부조를 받기가 쉽지 않다. 논밭에서 나는 소득은 매우 낮지만, 논밭에 대한 재산의 소득평가액이 높기 때문이다. 비록 현재 소득이 전혀 없고 예금이 없더라도 농어촌에서 일반재산(예, 토지, 주택)이 1인 가구는 4,109만원, 2인 가구는 4,959만원, 3인 가구는 5,564만원 이상이면 수급자로 책정될 수 없다(보건복지가족부, 2010: 115). 농어촌에 있는 논의 평당 가격이 3만원 이상이라는 점에서 볼 때, 2인 가구에게 5단보 가량의 논이 있으면 수급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5단보에서 생산되는 쌀의 조수익은 연간 약 300만원이고, 여기에 비료대, 농약대, 인건비를 빼면 실제 순수익은 약 100만원도 되기 어렵다. 이는 월평균  농업소득이 1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 농지를 보유한 경우에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수 없기에 매우 불합리하다.
 농촌주민은 영유아보육, 아동, 노인, 장애인, 여성복지서비스 등 대도시 주민은 널리 이용하는 복지서비스를 거의 받을 수 없다. 농촌지역도 병설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있지만 이곳을 이용하는 영유아는 만5세 아동이고 3세 미만의 아동이 이용할 수 있는 보육시설은 거의 없다. 도시에는 여러 개 있는 아동, 노인, 장애인복지시설도 농촌지역에는 거의 없거나 있어도 군청소재지에 있기에 면지역에 사는 주민은 사실상 이용할 수 없다. 농촌주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복지시설은 경로당밖에 없지만, 이곳에는 적절한 여가시설과 설비와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방식으로 적절한 사회복지를 구현할 수는 없다. 대도시나 그 인접지역은 아동, 노인, 장애인 등 각기 대상별로 구분하여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같은 노인이라도 건강상태와 지불능력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농촌의 경우에는 재가복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대상을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급적 복지대상자들이 각자의 집이나 노인복지센터에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도록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노인과 장애인은 각기 다른 집단처럼 보이지만, 모든 인간은 늙고 병들게 되면 장애인과 유사하게 된다. 눈이 잘 보이지 않으면 시각장애인,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면 청각장애인, 지팡이에 의지하면 지체장애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장애인에게 적합한 시설과 설비는 노인에게 필요하고, 노인에게 적합한 시설과 설비는 장애인에게도 적합한 경우가 많다.
 농촌복지의 대상이 특정한 인구집단에 한정되지 않고 사실상 거의 모든 농촌주민으로 확대된다면, 농촌복지의 실천방법도 일방적으로 제공하거나 퍼주는 식의 복지에서 서로 돕는 복지로 개편해야 한다. 전통적인 도움양식인 품앗이나 계를 활용해서 건강한 노인은 품앗이처럼 서로 도움을 주고, 건강한 노인이 건강하지 않는 노인을 돌보며, 도움을 받는 노인의 자녀가 건강한 노인에게 보상을 해주는 계의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품앗이와 계의 방식으로 자신과 자녀도 도움을 줄 수 없는 사람의 몫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준다면 복지비의 낭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품앗이형 복지를 할 때 가장 절실한 서비스는 농촌노인의 반찬 준비, 식사 수발, 대형 빨래, 병원 통원, 주거 개량 등이다. 그중 대형 빨래, 병원 통원, 주거 개량 등은 사회복지관, 자활센터 등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반찬 준비, 식사 수발, 작은 빨래 등은 마을단위 혹은 일정한 가구단위로 유급 가정봉사원을 지정하여 재가서비스를 주며, 주간․단기보호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노인복지센터에서 집중 관리하도록 한다.
 농촌복지를 실천할 때 중요한 것은 농촌복지는 사회복지서비스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공공 보건의료서비스의 개혁, 교육문화환경의 개선, 행정기관과 교육기관의 연계협력 등이 매우 절실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농촌노인의 건강관리는 재가노인복지사업만으로는 일정한 한계가 있고, 보건소-보건지소-보건진료소로 이루어지는 보건시스템을 보건소-보건지소로 통합관리하고, 치료 의학에서 예방 의학으로 서비스의 내용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대부분의 농촌노인은 성인병과 직업병인 농부병에 시달리고 있는데, 기존 약물위주의 서비스보다는 평소 건강관리(식생활, 운동 등)와 약용식물을 반찬이나 음식물로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안내하여 질병을 완화시키거나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지역에 있는 초․중․고등학교도 읍․면단위가 아닌 생활권단위로 통폐합하여 공교육기능을 보전하고, 초․중․고등학교가 학생을 위한 교육공간이면서 주민을 위한 교육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학교의 기능을 바꾸어야 한다. 주로 외지에 사는 교사가 주중 낮시간에만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방과후 학습지도와 보호를 통합적으로 수행하며, 주민들에게 밤낮으로 개방하여 평생학습의 장으로 활용하며, 교사와 주민이 함께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도록 변화시켜야 한다.

 4. 농촌복지의 재원

 농촌복지의 일차적 재원은 국가예산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다. 군 단위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대개 20%미만이다. 그 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예산은 도로와 하천의 정비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주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는 인색했다. 예컨대, 전남 보성군의 2005년도 사회복지예산은 240억원이고, 그 내역은 경로식당 운영, 경로당 신축 및 개․보수, 경로당 운영비 및 난방비 지원, 거동불편 재가노인 식사 배달, 노인 일자리사업, 독거노인 주거환경 개선사업, 경로연금 및 노인교통수당 지급 등이다(보성군청 홈페이지, 군정뉴스 2005. 3. 23).
 그런데, 복지예산의 내용을 잘 살펴보면 ‘경로연금 및 노인교통수당 지급’ 등 노인에게 소액의 현금을 지불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도 경로당 신축, 보수, 그리고 260개소 경로당에 월 6만원의 운영비와 연간 50만원의 난방비의 지원(1개소당 연간 122만원)이 고작이다. 소액의 현금지급과 경로당의 설치 운영만으로는 농촌주민이 자기계발을 하고, 보다 건강하며 문화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농촌복지의 재원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예산을 늘리는 것과 함께 새로운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인 채수훈 교수는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책임을 강조할 수밖에 없지만, 지방자치단체도 사회복지예산의 확보를 위하여 대책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즉, 지방세 내에 목적세로 사회복지세의 신설, 지방정부의 세외 수입인 수수료, 사용료, 기부금 등을 확대하는 방안, 지방교부세 제도의 활용, 국고보조금의 확대, 지방양여세 제도의 확대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채수훈, 2004: 188-189).
 이러한 제안 중에서 어느 하나만을 선택할 수 없고, 어떤 측면에서 개선방안은 다른 측면에서 부작용을 만들 수 있다. 예컨대 지방세로 사회복지세를 신설하는 것은 조세저항을 일으킬 수 있고, 농촌지역의 세원과 세수가 빈약하다는 점에서 볼 때 목적세를 신설할 경우에는 지방세보다는 국세가 더 합리적이다.
 한국 농촌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고려할 때, 농촌을 다루는 정부부처가 행정안전부와 농림수산식품부 그리고 보건복지부 등으로 분화되어 있고, 중앙부처의 각종 정책이 결국 읍․면․동사무소에서 지역적 고려를 별로 하지 않은 채 집행된다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도하개발계획 체제하에서 농산물개방이 불가피함에 따라 정부가 농촌주민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서 많은 국가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이러한 예산이 비생산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좁은 농지를 광역화하기 위하여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경지정리를 하고, 몇 년 후에는 논을 경작하지 않으면 휴경장려금을 지원하는 것은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이다.
 깨끗한 자연하천을 직선으로 정비하여 수로로 만들고 아름다운 자연석을 채굴하여 도시로 팔아버리며, 지방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의심스러운 일이다. 수급자를 위한 자활사업과 노인을 위한 일자리사업은 도시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농촌주민에게는 농업노동자를 고갈시키고 인건비의 상승을 부추기기 쉽다. 농민은 75세 전후가 되어도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도로변 휴지줍기, 교통정리 등 손쉬운 일을 하고도 공공근로라는 이름으로 벌이를 할 수 있다면 누가 힘든 농사일을 하겠는가?
 예산이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있는 예산을 적절히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농촌주택에 대한 개량사업은 입식부엌에 석유보일러를 땔 때 지원하는데, 이는 한 겨울에 높은 기름값 부담을 주는 정책이다. 나무를 때는 아궁이는 광열비를 줄이고 나무의 가지를 쳐서 숲을 살릴 수 있는 생태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공공근로를 주택개량과 수리 등에 투입하면 주거환경이 좋지 못한 독거노인 등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도 있다.
 부족한 정부 예산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자 활용, 후원금 모금 등 민간의 자원을 활용해야 하는데, 농촌지역 내에서 품앗이형 봉사활동을 장려하고 주변에 있는 도시의 자원을 동원하며 출향인사 등으로부터 명분 있게 후원금을 모금해야 한다. 지역축제, 체육대회, 관광 등 일회성 행사를 위한 후원금보다는 밑반찬 배달, 마을회관에서 식사, 경로당에 노래방기기 설치, 배드민턴․게이트볼장 운영, 재가노인복지센터에 물리치료기 설치, 지역아동센터, 작은 도서관 운영 등 지속가능한 복지사업에 대한 후원을 정기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이러한 복지사업을 개발할 때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려고만 하지 말고, 있는 것을 보전시키고 더욱 발전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예컨대, 마을의 풍물굿을 전승하려는 풍물연습은 신체운동이고 정서함양이며 마을 공동체만들기이다.


Ⅳ. 농촌복지 전문인력의 양성

 농촌복지가 발전되기 위해서는 농촌복지에 관한 이론을 형성하고 농촌복지의 실천방법을 개발하며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농촌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낮았기에 농촌복지에 대한 이론적 접근은 거의 없었고, 실천 또한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농어촌복지에 깊은 관심을 가진 목포대학교 김영란 교수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2004년 6월까지 대학교재 중에서 「농촌복지론」이라는 서명은 한 권도 없고, 사회복지학에서 농촌문제를 다룬 책은 김대원 등이 쓴 「사회문제와 사회복지」(2004)와 김인숙 등이 쓴 「여성복지론」에서 농촌여성을 다룬 것이 전부였다. 이에 반해서 미국의 최대 도서 판매 인터넷사이트인 Amazon.com 의 검색결과 총 65권의 도서가 농촌(rural) 혹은 농촌복지실천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는 점은 흥미로운 대조다(김영란, 2004: 142).
 농촌복지에 대한 문헌은 부족하고, 어느 대학교 사회복지학과도 농촌복지를 가르치지도 않는다. 농촌 혹은 농촌을 끼고 있는 전남과 광주에 있는 25개 대학교(대학) 사회복지학과의 교육과정을 검색한 결과 과목 명칭으로 볼 때 농촌복지를 가르친다고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전혀 없었다(김영란, 2004: 148). 사회복지는 사회적 욕구에 대한 서비스이고 사회문제에 대한 대책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복지학계는 농촌형 사회복지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감지하지 못했거나 감지하였더라도 소홀히 다루었다는 점에서 반성의 여지가 크다.
 이는 농촌 출신 사회복지사도 농촌보다는 도시에서 살기를 원하고 사회복지전담공무원으로 취업하길 희망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지만, 농촌복지론을 이론적 실천적으로 정립하지 못한 것은 학자들의 책임이 크다. 다행히 2007년에 목포대학교 사회복지학과가 「농어촌사회문제론」을 개설한 것은 큰 진전이다(이수애 외, 2007).
 농촌복지론의 교과목을 구성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농촌복지론에 대한 교과목은 아직 합의된 바가 없기에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복지학 교과목지침서는 필수시험과목과 선택과목별로 구성되어 있는데, 농촌복지론은 학문적 성격으로 볼 때, “농촌”이란 지역을 다룬다는 점에서 지역사회복지론과 상관성인 높다. 지역사회복지론은 도시와 농촌을 모두 포괄한 지역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또한, 농촌복지론은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노동문제에 대한 대책, 그리고 직장 내의 새로운 사회적 관계 등의 분석을 기초로 하여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국가복지, 기업복지, 근로자 자주복지 및 산업사회사업 방법 등을 학습하는” 산업복지론과 대칭이 되는 학문이다.
 필자는 농촌복지론의 내용으로 초고령사회 속에서 농촌주민의 복지에 초점을 맞추어서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즉, 대학교 한 학기 강의를 15주로 볼 때, 초고령사회의 도래, 농촌복지의 개념과 필요성, 농촌복지의 역사와 실천방법, 농촌복지의 주체와 대상을 다루고, 농촌에서 공공부조와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다룬 후에, 농촌에서 노인복지(재가복지와 시설복지), 아동복지, 가족복지, 장애인복지, 복지행정과 자원활동 그리고 농촌복지의 전망과 과제 등을 다룰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내용은 다른 과목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농촌의 사회문제가 도시의 그것과 상당히 다르고, 농촌의 복지자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좀 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농촌복지론은 사회복지학에 대한 기초를 어느 정도 닦은 3~4학년에 개설되고, 농촌복지에 관한 현장실습은 4학년 여름방학중이나 2학기 중에 개설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에서 농촌복지론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농촌지역 사회복지사와 인접 분야 활동가를 위하여 농촌복지아카데미와 같은 평생학습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한국복지교육원은 2004년에 농촌복지아카데미를 8주 동안 개설하여서 농촌복지를 실천하는 사회복지사와 관심 있는 사회복지학도에게 농촌복지를 체계적으로 가르쳤다. 이후 농촌복지에 관심 있는 현장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서 농촌복지연구회를 조직하고 자체 학습을 시작하였는데, 이러한 시도가 널리 확산되길 희망한다.
 이점에서 광주대학교 참여복지센터가 2009년부터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서 ‘농어촌복지 활동가 양성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농어촌복지 인력양성에 전기가 될 것이다. 이 사업은 농어촌에서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사회복지사 등 실천가의 양성, 이장,  새마을 지도자 등 주민지도자를 위한 복지교육, 그리고 농어촌복지에 관심 있는 대학생을 위한 예비 사회복지사 교육으로 이루어진다.
 각 과정별로 교재를 개발하는데, 농어촌복지 실천가를 위한 기본교재의 내용은  농어촌의 상황을 이해하고 사회복지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이론적 배경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즉 지구화 시대 한국 농업과 농어촌, 농어촌문제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배경 등에 대한 지식을 통해서 한국 농어촌이 직면한 상황을 이해하고, 농어촌복지의 개념과 가치, 초고령사회에서 농어촌복지의 구상, 농어촌복지 특별법과 기본계획에 대한 이해 등을 통해서 농어촌복지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논의한 후에, 농촌에서 노인복지 잘하는 법, 아동과 청소년이 행복한 농어촌 만들기, 농어촌복지 실천모델의 개발, 지역사회복지를 위한 네트워크 활용, 농어촌에서 주민과 함께 하는 지속 가능한 복지, 사회복지의 동향과 사회복지사의 역할, 일본농업협동조합의 농촌고령자복지사업 등 농어촌복지의 현안을 다루었다.
 농어촌복지 실천가 양성을 위해서 기본교육과 함께 세부 영역별로 전문교육을 개발하고, 농어촌 주민지도자를 위한 기본교육과 전문교육, 그리고 농어촌복지에 관심 있는 대학생을 위한 현장실습교육 등을 체계화하면 역량 있는 농어촌복지 활동가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농어촌복지에 대한 선행 연구와 문헌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농어촌복지 실천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의 개발과 보급은 향후 농촌복지학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Ⅴ. 결론

 이 글은 초고령사회에서 농촌과 농민이 직면한 사회문제는 무엇이고, 농촌복지를 어떻게 체계화 할 것인지에 대한 시론이다. 선행연구가 거의 없기에 2004년에 필자가 기획한 ‘농촌복지아카데미’에서 발표된 글을 중심으로 농촌복지의 개념과 필요성, 농촌복지의 체계 모색, 농촌복지 전문인력의 양성 등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한국사회에서 농촌은 전국 평균치보다 4반세기 먼저 초고령사회를 경험하는 등 농촌이 직면한 사회문제와 복지욕구가 도시지역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기에 농촌의 상황에 맞는 복지를 개발해야 한다. 농촌복지는 농촌과 복지의 복합어인데, 농촌복지는 단순히 농촌에서 독거노인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난한 주민을 위한 복지서비스만이 아닌, 농어민을 포함한 전체 농촌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제반 복지제도와 복지서비스이다.
 농촌복지의 체계는 농촌, 농업, 농민을 세 축으로 하면서 농촌이란 지역사회 속에서 공공기관․복지시설 등이 농촌주민과 가족의 복지를 구현할 수 있는 틀을 구성하려는 것이다. 농촌에는 읍․면단위 지역을 기본으로 하면서 도시주변의 농촌도 포함되고, 사회복지시설․기관․단체뿐만 아니라 행정기관, 교육기관, 종교기관 등이 농촌복지를 위하여 기능을 재조정하고 상호협력관계를 형성해서, 빈곤한 농촌주민을 포함한 전체 주민이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농촌복지는 농촌노인을 위한 재가노인복지사업을 핵심에 두면서 아동복지, 가족복지, 장애인복지를 구현하고, 기존의 공공부조와 사회보험도 농촌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발전시켜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농촌지역의 자치단체는 일방적으로 퍼주는 식의 복지로 한계가 있고 바람직하지도 않기에 주민 상호간에 서로 돕는 복지, 자원이 순환되는 복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복지를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국비를 늘리고 지방비를 새롭게 조성하며 주민의 자원봉사와 출향인사의 후원 등을 체계화시켜야 한다.
 농촌복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농촌복지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하기에 농촌복지론을 체계화하여 대학교 3~4학년생에게 가르치고 농촌복지현장실습을 통하여 이론과 실무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아울러 광주대학교 참여복지센터가 수행하는 ‘농어촌복지 활동가 양성사업’ 등을 통한 농어촌복지 실천가의 양성, 농어촌 주민지도자를 위한 복지교육, 농어촌복지에 관심있는 대학생을 위한 교육이 보다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농촌복지의 체계를 모색하는 일은 농촌주민의 복지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안을 찾는 일이고, 이미 도래한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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